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이 귀중해지는 시대다.
생각하지 않음이 자연스러운 시대
쇼츠와 끝없는 피드, 별로 생각하지 않고 물어도 의도까지 파악해서 답해주는 AI가 존재하는 시대는 생각하지 않음이 자연스럽다. 생각하지 않아도 당장은 유사한 결과를 얻기에 스스로도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도적 멈춤, 그 공백 사이에서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가치 있어진다.
책읽기, 글쓰기, 대화
그래서 책 읽기가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읽어 내려가야 하고, 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이라면 좋은 책 읽기와 좋지 못한 책 읽기도 나뉜다. 속독이나 줄거리 파악을 위한 읽기는 AI에게 요약해달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읽다가도 문장을 음미하며 생각을 덧붙이는 읽기가 더 중요해진다.
그래서 글쓰기도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구상하고 써내려가고 다시 읽고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제시하고 관련 지식을 탐색하며 사유를 확장하는 데 AI를 쓴다면 좋은 사용이고, AI 의견을 묻고 그대로 따라가는 빈도가 늘어난다면 나쁜 사용이다.
그래서 대화와 토론도 필요하다. 상대방이 말할 때 의견을 듣고 잠시 기다리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의 채팅은 이런 면에서 '대화'이기 쉽지 않다.
의도적으로 디자인된 환경의 가치
이런 기회는 갈수록 의도적으로 잘 디자인된 환경에서만 경험 가능하다. AI 시대에 가정환경에 따른 격차는 다른 곳이 아닌 이 부분에서 나지 않을까.
대학이 여전히 존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점이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수개월 동안 멈추고 생각하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경험을 돈과 교환하는 것. 지금의 직업양성소로서의 가치는 곧 무너질 테니, 기존의 가치로 돌아가는 것이 대학의 살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