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외면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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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2020-01-21

영웅을 외면하는 사회

이국종 교수 사태에서 영웅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본다. 정치인은 이용만 하고 외면하고, 여론은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하는 풍경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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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공식적으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그만둔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간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

진짜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생명을 살리는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을 가지고 기꺼이 목숨을 바쳐 일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명으로도 버티기 힘든 문제가 수년간 존재했고, 이를 알리고 바꾸기 위해 '스타'가 의료계, 언론계, 정치계를 돌아다니며 호소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나아지지 못했고, 이들은 절망의 나락에까지 빠졌다.

여론의 이상한 풍경

이 사태를 대하는 인터넷 여론이 여느 때와 다르다. 보통이면 한 목소리로 병원장과 행정기관을 욕했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여론도 꽤 많다.

이를 인터넷 여론도 자극적인 소재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의 사례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규정을 규정대로 지키고 남에게도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한 은근한 조소와 물질만능주의가 섞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돌아가려면 영웅을 인정하고 지지하려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기존 영웅들을 잃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웅은 탄생하지 못한다.

이용만 하고 외면하는 구조

정치인과 행정가들은 어떠한가. 이국종 교수를 본인들의 홍보에 이용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일부 예산도 증액되었으나, 여론의 관심이 닿지 않는 현장의 어려움에는 관심 갖지 않았다. 복지부 장관은 "마음이 아파서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소리나 하고 있고, 경기도의회는 지금에 와서야 TF를 만들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결말은, 갑자기 이국종 교수의 욕설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거나 과잉 치료 운운하는 자료가 유포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 병원장을 욕하는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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