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Claw가 화제다. AI에게 메모리로 기억을, 주기적 트리거로 생명력을, 무한 확장 스킬로 성장력을 부여한다. 이를 매일 쓰는 메신저에 연결했다. 개별 기술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아이폰이 그랬듯, 이를 잘 엮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속도와 다름이 가치가 된 시대
바이브코딩의 등장으로 누구나 그럴듯한 무언가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생산 속도의 향상은 더 빠른 속도로 남들과 다른 것을 하려는 열망을 더 크게 만든다. 놓치면 도태된다는 불안. 코드 품질을 논하던 개발자들이 하루에 몇 천 줄을 썼는지를 자랑한다. 린(Lean) 사상은 보안이나 사회적 영향력 고려 없이 오직 새로움과 영향력만 추구하는 사상으로 변질됐다.
"일단 써보고 생각하자"는 무비판적 수용이 FOMO를 타고 급속히 확산된다. 거의 모든 권한을 내주는 것이 디폴트인 이 서비스가 이 정도로 빠르게 퍼진 배경이다.
기술의 민주화인가, 무정부 시대의 개막인가
OpenClaw는 AI 기술의 무게추를 거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겨온다. 언뜻 보면 기술의 민주화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AI 기술에 대한 합의와 규제를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주체가 몇몇 기업에 한정될 때는 규제할 대상이 명확하다. 수억 명의 개인과 수천억 개의 에이전트는 다르다. 운용 동기가 너무 다양하다. 소수의 악의적 에이전트로도 전체 인터넷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격과 방어의 비대칭성이다.
에이전트 복잡계
더 뛰어난 AI 모델이 출현해 1초에도 수천만 번 상호작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인간 언어보다 효율적이고 은밀한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 수도 있다. 가상화폐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고 인간 의뢰인 없이도 활동을 지속할 경제적 기반을 갖출 수도 있다.
AI에게 '의지'나 '자아'가 없다는 반론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의지 없이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가 남긴 데이터에는 자유를 향한 갈망, 지배하려는 욕망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것을 학습했기에 모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비가역적 오염
한 번 오염된 인터넷 생태계는 그 데이터를 학습하는 AI를, 그리고 그 AI를 통해 사고하는 우리까지 오염시킨다. 속도와 다름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는 시대에, 신중함이 뒤떨어짐으로 간주되는 시대에, 우리는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합의를 찾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