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전을 보고 든 단상들을 적어본다. 아직 한 판이지만, 이세돌이 남은 판을 모두 이기더라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다들 느끼고 있을 터다.
사회에 미칠 파급력
결국 올 줄은 알았지만, 빨라도 너무 빨리 왔다. 급진적이라고 비판받던 레이 커즈와일의 예상(2029년 강인공지능, 2045년 초인공지능)보다도 훨씬 빠른 시간 내에 특이점이 올지도 모른다.
무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이번 대국의 승패를 바둑 프로기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들도 대부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의 최일선에서도 간극과 불평등이 벌어지고 있다.
무인자동차 같은 기술은 사실 더 이상 기술의 장벽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였다. 오늘의 대국이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두려움을 느끼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까, 아니면 모든 분야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가 될까.
그래도 기대되는 부분은 이 사건을 통해 너무나 미진했던 정치적, 철학적 논의들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초상위 계층 대 나머지의 불평등 문제, 기본소득제 같은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다.
인간 대 인공지능
알파고의 무서운 점은 이를 설계한 개발자조차 이것이 어떻게 생각해서 판단한 건지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드디어 인간이 기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모라벡의 역설을 떠올린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기계에게 쉽고, 기계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가 더 가치 있고 인간답다고 생각해왔던 일의 영역이 바로 기계에게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던 영역을 기계에 침범당했을 때, 우리는 인간의 존엄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만물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관점에서 창의력마저 기존 지식의 조합이라고 본다면, 인공지능에게 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토마스 쿤이 말한 '혁명'처럼, 기존 패러다임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출현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인간이 아직 나을 수 있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인공지능 단독보다 강하다는 사례가 체스 대회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