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묻는다. 꿈이 뭐냐고, 비전이 뭐냐고.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아닐까.
비전보다 주도성
꿈과 비전이 분명해야 현재의 삶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내 생각은 오히려 반대다. 비전은 시선을 멀리 띄워 보낸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의미를 두는 동안, 현재는 준비의 과정으로 밀려난다. 반면 주도성은 시선을 거두어 지금으로 되돌린다. 무엇을 꿈꾸느냐보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게 한다.
비전은 사실 이러한 지금의 삶이 축적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무언가가 아닐까. 마치 한나 아렌트가 인간을 추상적 규정에서 시작하지 말고, 현상 세계에서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구체적 조건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자고 한 것처럼.
이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의 현실적 선택이기도 하다. 불과 몇 달 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먼 미래의 목표를 선명하게 설정하고 나아간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보다 지금의 나와 주위를 보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주도성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무엇이 나의 선택이고 무엇이 떠밀려간 결과인지 분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많은 미디어와 알고리즘, 주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는 더더욱. 애초에 완벽한 주체성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욕망과 기준조차 언제나 타인의 말과 시선 속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주도적 삶이 제약을 제거하고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 이르려는 시도는 아니다. 오히려 제약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때로는 받아들이는 일이다. 제약에 끌려가듯 반응하기보다, 그 안에서 나름의 고민과 선택을 하는 것. 무엇을 감수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 태도, 그것이 주도성에 가깝다.
같은 지점에 놓인 화살표라 해도, 그 방향과 크기는 모두 다르듯이. 이런 면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제약이면서 동시에 이 흔적이 살아남은 곳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