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작가의 '어떤 동사의 멸종'은 AI가 사라지게 할 가능성이 높은 네 개의 직업에 더해 작가의 일까지, 본인이 직접 경험한 노동의 기록이다.
서로에게 상관있게 만드는 글
단순히 책을 쓰기 위해 며칠 일한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일한 것이기에, 짧다면 짧은 각 3개월 내외의 경험이지만 깊이는 얕지 않다. 작가 특유의 비유법이 슬픈 일상의 이야기임에도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낯선 일상을 영화 보듯 느끼게 해준다. 그가 말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상관있게' 만들어 준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콜센터를 떠날 때 그는 질문을 더했다. "어떤 직업들은 사라지는 게 나은가?"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된 광경을 보니 그것이 얼마나 철없는 생각인지 깨달았다고 쓴다. > "없어져도 상관없는 것에, 없어지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는 무언가 때문에, 사람들이 영하의 길거리에서 그것을 돌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을 리 없었다."
물류창고에서의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었다. > "까대기는 몸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남은 수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이다. 자신의 육체 안에 품고 있던 생명력을 레몬즙 짜듯이 쥐어짜 내서 그 대가로 먹고사는 일이다."
영화 업계의 이야기에서는 노동이 누군가에게 가닿지 않는 괴로움을 다뤘다. > "사람들이 봐주기만 한다면, 보고서 즐거워한다는 확신만 든다면 그들은 더 적은 돈, 더 긴 시간도 얼마든지 감내할 용의가 있었다."
청소부의 직업적 자부심에 대해서는 이렇게 썼다. > "AI가 지금보다 얼마나 높은 생산성을 약속하든, 유리를 닦거나 카펫을 청소할 때조차 얻을 수 있었던 성취감을 찾을 수 없게 된다면 인류의 근본을 흔들어놓는 위기는 여전히 끝난 게 아닐 것이다."
그는 글로 세상을 상관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단어가 '상관없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