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스쿨은 글로벌 리더를 기르기 위해 최적화된 새로운 교육 모델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또 적용되어야 하는 교육은 아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줄타기
미네르바는 미국에서 대학으로 인가받았다. 학생과 학부모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고, 학자금 대출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의외로 부모의 극심한 반대를 뚫고 오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이 인가를 빠르게 받기 위해 LA 인근 클레어몬트 컨소시엄의 일원인 KGI를 파트너로 삼는 전략을 썼다. 공식 명칭이 'Minerva School at KGI'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학생들이 매일 프로젝트만 할 것 같지만, 학과 전공 체계나 내용 자체는 기존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차별화는 이를 어떻게 배치하고 학습하게 할 것인지에 있다. 1학년은 월~목 오전 수업이 돌아가는데, 모두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형태이고 수업 참여가 평가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해 실제 투입 시간과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혁신적이지만 기존 체제를 완벽히 부정하지 않는다. 학부/학과 분류 체계와 학년제가 그대로 존재한다.
능력 증명의 문제를 해결하다
기존 대안적 학교 모델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있다. 학생의 능력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해도 기존 체제의 학위 서열을 넘어서기 어려운 허들이 존재했다.
미네르바는 기업 재직자들과 수시로 인턴십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이를 해결한다. 다국적 학생 구성이 글로벌 기업에게 상당한 매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뛰어난 학생들이기에 가능한 방식이지만,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이미지 메이킹도 한몫하고 있다.
하이테크가 아니라 교육 효과성이다
미네르바를 단순히 하이테크 교육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술이 있어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교육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만 기술을 쓴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오프라인으로 함께 생활하는 방식이다. 인포그래픽으로 실시간 참여를 유도하고 모든 활동을 로그로 남겨 분석하지만, 이 치열한 학습 과정은 교수와 학우 간의 정서적 교감 없이는 작동하지 않기에 전원 기숙사 생활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한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러한 모델이 한 번에 완성될 수는 없다. 수시로 실험하고 피드백을 통해 고치는 애자일한 문화가 학교 운영과 수업 모두에서 작동한다. '미국의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소개한다는 매니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교육 기관보다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이 이들을 더 잘 나타낸다.
이 모델을 국내 대학에 심는 것은 불가능하다. 혁신적 교수, 이를 원하는 학생,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직원. 이 세 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특히 매 수업마다 학생별로 피드백하는 교수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새로 학교를 세우는 게 현실적이다.
결론
미네르바를 두고 로열 교육이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애초에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아닌 특수한 모델이다. 하지만 이 모델이 기존 교육에, 특히 대안교육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대안교육이 IT를 기피하는 모습이 정말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것인지, 창업자의 이상적 고집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